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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227112118
오래간만에 꺽꺽 울었다
사실 그렇게까지 울 일은 아니었는데
그냥 그렇게 꺽꺽 울고 싶어서 울었다
아니면 그렇게까지인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
목소리를 내니까 그런 상태였음을 알게 된 걸지도 모른다
어린 아이처럼 소리를 내며 운 건 몇 년 만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
원래 소리를 잘 안 내는 편인데... 특히 울 때는...
친구가 내가 잘 웃다가 갑자기 정색하는 걸 잘 한다고 했는데
애초에 나는 웃음의 여운이 남는 걸 잘 못한다 오래 웃는 게 힘들다
오늘도 엉엉 울다가 정말 뚝. 그쳐져서
그러다 마음 먹으면 다시 꺼이꺼이 울고 또 뚝 그치고
그런 짓을 반복했다
눈이 시뻘개져 있었다
그냥 갑자기 너무 보고 싶어져서
착신이 정지된 익숙한 번호를 누르고
잘 지내냐고 보고 싶다고 말을 했다
전화가 끊기면 다시 번호를 입력하고 전화를 걸었다
전화를 걸지 않은 지 사 년이 더 흘렀는데
당연하게 이 번호를 기억하고 있다
핸드폰 주소록에 의지하는 나는 다른 누구의 번호도 외우지 못하는데
이 번호를 잊으면 그대로 죽으러 갈 거다
아무튼 하여간
나는 이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데 뭐가 있다
문득
내가 코피가 나면 그 사람이 주었던 연근조림이 떠오른다
코피가 난 건 아니고 코피가 난 아이를 보았다
나는 그 연근조림이 너무 좋았어
오래간만에 크게 울었는데
정확히 무슨 이유로 운 건지 모르겠다
발화점이 된 요인은 아주 사소하고 사실 그렇게까지 맘 쓰이지 않는다
그냥
스스로에게 너무 화가 났던 것 같기도
나는 어떤 형체도 없는 사람
그 누구에게도 특별한 존재가 되지 못하는 사람 같아
라고 쓰다가 부족한 사람 이라는 말이 저절로 써져서 지웠다
특별하지 않다와 부족하다는 다른데
아
차라리 이 우울이 오래오래 갔으면 좋겠다
적어도 이건 온전한 내 감정이니
그러다보면 무언가라도 해결될 것 같은데
나는 자고 일어나 또 아침을 맞이해야 하고
뚝 그치고 하루를 살아가야하므로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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